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국 상장지수펀드(ETF) 운용 자회사인 글로벌X가 중국 상장지수펀드(ETF)를 대거 상장폐지한다. 미·중 갈등과 중국 경기 침체로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익률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. 중국 금융상품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.
글로벌X가 중국 ETF 청산에 나선 것은 수익률 부진 때문이다. 글로벌X 부동산 ETF의 순자산가치(NAV)는 1년 전보다 34.2% 하락했다. 헝다그룹(에버그란데), 비구이위안(컨트리가든) 등 중국 1~3위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가 모두 디폴트(채무불이행) 위기에 빠지는 등 유동성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. 최근엔 ‘그림자 금융’으로 유명한 중즈그룹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위기가 금융 분야로 본격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. 중국 산업재 ETF와 소재 ETF도 각각 17.5%, 16.3% 하락했다.
투자자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든 것도 상장폐지에 영향을 미쳤다. 자산운용사들은 운용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거래량이 떨어진 ETF를 청산하고 수요가 있는 새 상품을 출시한다. 글로벌X는 “변화하는 투자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”이라며 “해당 ETF를 청산하는 것이 주주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다”고 밝혔다. 투자자는 상장폐지 전인 다음달 16일까지 해당 ETF들을 매도할 수 있다.
국내에 설정된 중국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상품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‘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’ ETF도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. 이 ETF는 2020년 12월 상장한 뒤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몰리며 ‘KODEX200’ 다음으로 큰 ETF가 됐다. 지난해 6월엔 순자산 규모 4조원을 넘어섰다. 한때 ‘국민 재테크’ 상품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CATL, 비야디(BYD), 간펑리튬 등 중국 전기차 관련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며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봤다. 최근 1년 수익률은 -38.5%다. 현재 순자산 규모는 1조8874억원으로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 났다.
최만수 기자 bebop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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